아빠라는 이름

















어제새벽, 아니지. 그러니까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가는 그 시간.
아빠는 사람한명은 들어갈법한 가방에 2주간의 짐을 싣고 네팔로 떠났다.
안나푸르나.
아빠가 향할 목적지.
남은 연차를 소진할 목적이라고는 했지만 내눈엔 이제껏 보았던 아빠의 그 어느눈빛보다 빛나보였다.
그리고 주말마다 그가 동호회사람들과 혹은 혼자 새벽, 밤산행을 하며 연습한것을 실전으로 보여줄 시기이기도 했다.


우리집엔 아빠를 제외하곤 여자만 셋이다.
그래서, 그때 내가 누군가의 물음에 대답했던것 처럼 나는... 첫째로서 아빠의 무게가 눈물나게 힘겨워보일때가 있었다. 그래서 외로워보이기도 했던 나의 아빠.
엄마는, 엄마라는 이유로 딸이 살갑게 대할수도 있었지만,
아빠는 그게 아니었으니까.
남자로서, 견뎌야할 버텨야할 그 무언가가 늘 그의 어깨에 놓여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이제 약 2주간은 아빠를 보지못한다는 마음에, 가족끼리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진짜 오랜만에 아빠한테 팔짱을 꼈다. 뒷집을 지고 있는 팔 사이로 쏙 넣어서.
밥을 먹는 내내 피곤했지만 아빠의 여행은 궁금했다. 딸내미랑 부인에게 고기 구워주느라 아부지는 한점도 못드시고 계셔서 고기를 후후 불어 한입씩 드렸다.


응답하라 1988.9월.
9월 16일, 88올림픽이 시작하기 전날 내가 태어났다.
성동일이 거기서 그러더라.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모든게 서툴고 잘 모르는거라고.
나의 아빠도, 9월의 그날. 그날이 처음이었으니까.
잘 몰랐고 어색했고, 그리고 두근거렸겠지..


지금쯤 아빠는, 네팔의 그곳 어딘가에서, 까만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겠지
별 보면서 큰딸냄 생각 한번 해줄까?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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