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눈을 비벼가며 12시 반이 넘어가길 기다리다 책상에서 깜빡 잠이들었다.
내가 반고흐를 좋아하는걸 안 은지언니가 그날 방송할 다큐멘터리를 알려준다.
꿈뻑꿈뻑 졸아가면서 끝까지 앉아서 보았더니, 결국 오늘 엄청나게 늦잠을 자고 말았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그게 계기가 된거였는지 아니면 내가 그곳에 다녀온뒤에 느끼게 된 감정인건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쿄의 도고세이지 미술관에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본 나는 누군가가 모네의 그림 앞에서 울었던 것처럼 눈물을 그렁그렁하고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였나보다.
그림 그리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었다.
회화과 수업을, 졸업하기 전학기에 들었었다.
몇몇개의 작품으로 자신만의 회화방향을 잡고, 주어진 규격 캔버스에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그림이 마지막 과제로 주어졌었다.
무엇을 그릴까, 무엇이 '내가' 될 수 있을까 몇날 몇일을 고민했었다.
그러다 발견한 한 소년의 모습.
구부정한 어깨와 허리, 불안하게 갖다댄 팔 하며...
이 소년이 나를 보고 있는지 저 먼 여백을 향하고 있는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얼굴의 한쪽면은 지나치게 어둡고 시선은 불안정하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것 같기도 하고 눈물을 참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겁먹은듯 보인다.
그리고 가장 신경썼던건, 배경의 코럴핑크가 주는 컬러감.
red와 white가 적절히 섞였지만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갈수록 색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 모든게 23살의 김가을,
저 소년은 나의 자화상이었다.
a paris
100년전이었다. 그는 그곳에 있었고 이제 내가 그를 찾아갈 시간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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