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days in winter

















Immigration을 지나 메고 있던 백팩을 카트에 내려놓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배가 고파졌다. 목이 너무 말라 70바트가 넘는 생수(그것도 미지근한 생수)를 하나 사서 들고 앉을 자리를 찾는다.
괜히 속이 더 안좋아질까봐 로컬은 보지도 않고 무작정 저기 끝에 있는 버거킹을 향해 걸었다. 버거 하나가 6000원이야. 음료도, 감자튀김도 없이 버거를 한입 베어물었는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와아. 버거킹 햄버거따위가 나에게 감동을 줄 줄이야.
안에 있던 생양파와 피클덕에 메스껍던 속이 뻥-뚫린 기분이었다.
나영이는 망고 2조각 정도를 먹더니 영 속이 안좋은지 내려놓는다.
그렇게 우린 앉아서 이야기 나눌 겨를도 없이 유심칩을 바꿔끼우고 서로 다른 게이트로 가기 위해 작별했다.
털털하지만 살갑지 못한 나인데 괜히 헤어지자니 한번 안아주고싶어 토닥토닥한다.

딜레이라고 떠있던게 뭔가 의심쩍어서 티켓팅때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딜레이 아니라고 해놓구, 결국 30분 딜레이. 한시간 이상 아닌게 어디야.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일주일동안 찍었던 사진을 쭉 훑어보았다. 동영상속 목소리는 들떠있고 사진속 내모습은 모두 즐거워보이거나 행복해보인다.
하이소 루프탑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낯간지러운 이야기도 많았고 아직도 꿈이 많은 29살 두 여자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도 많았고 지나온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앞으로의 기대도, 걱정도 모든게 참 많았다.
예쁘게 포장할것도,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자랑할만한것도 딱히 없어도 나는 딱 나만의, 그리고 우리만의 여행을 한것같아서 그리고 나영이의 버킷 리스트중 하나였던 '추운겨울의 따뜻한 나라 여행'을 이룬거 같아 괜히 마음한켠이 뿌듯했다.
여행을 해보면 그사람의 성격이라던지, 본 모습을 잘 안다지만 나영이는 내가 봐운 권나영 딱 그모습 그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프지만 말자:-))
게다가 권네비의 능력은 이루말할수 없이 신기해서 서울에서도, 방콕에서도 고마울따름.



부모님께는 철없는 딸내미가 또 맘대로 일 관두고 여행가버려 미안한마음도 많이 들었지만
또 한없이 믿어주시는 모습에 너무 감사했고, 이상하게도 평소에 자주 보지도 못하면서 덩생이 많이 보고싶었다. 늘 그렇듯, 진진이랑은 방콕에서도 애틋했고 태국 유심칩을 끼워버리는 바람에 통화가 어렵긴했지만 우리가 누군가. 김가을과 진진이 아닌가. 그래도 틈틈히 전화해주고 관리해주는 진진덕에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
괜히 여행의 마지막이랍시고 이런 오글거리는 글을 적는다 생각하겠지만 여행이란게 그런거 아닌가.
멀리 떠나봐야 집 소중한지, 가족 고마운지 알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번더 사랑하는 마음 갖게 되는거니까.
그런 마음을 한번 더 갖게 되는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다 생각한다.
아, 그리고 방콕은 정말, 다시 가서 조금 더 자세하고, 더 느긋하고 더 면밀하게 알고 싶은장소가 되었다. 못해본게 너무 많고 못가본곳, 못먹어본것이 너무 많아. 나는 그 순간을 즐겼다 생각했는데 떠나와보니 조금 더 즐길걸. 한다.
그만큼 신비롭고 정 많고 매력적인 도시.




그나저나, 버거킹 와퍼에게 무한 감사를.










one of those summer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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